사람을 다치게 한 사고 뒤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면 "이제 사건도 끝났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업무상과실치상에서는 이 기대가 사고의 종류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교통사고가 아닌 일터의 사고라면 합의만으로 공소가 막히지 않고, 운전 중 사고라면 피해자의 뜻이 공소 제기를 막는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서는 두 경우가 왜 다르게 처리되는지, 공소를 막지 못하는 경우에도 합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합의서를 만들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차례로 설명합니다.
일터의 사고라면 합의가 공소를 막지는 못합니다
형법 제266조의 과실치상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반대 의사가 있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입니다. 그런데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다치게 한 경우를 다루는 제268조에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공장이나 매장, 병원처럼 교통사고가 아닌 장소의 사고라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을 냈더라도 경찰 수사는 이어질 수 있고, 송치된 뒤 공소청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합의서만 받아 두었다가 출석 요구를 받고 놀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합의가 사건의 진행을 멈추는 장치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알아 두면, 합의 이후의 일정도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합의가 중요한 이유
공소 제기를 막는 힘이 없을 뿐, 합의의 쓸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형을 정하는 기준을 나열한 형법 제51조의 마지막 항목이 범행 뒤의 정황인데, 피해 회복의 정도와 피해자가 밝힌 의사는 그 항목에서 무게 있게 다뤄집니다. 공소청 검사가 재판에 넘길지와 어떤 방식으로 넘길지를 정할 때도 피해 회복 자료는 함께 검토됩니다.
또 법원은 범행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형을 줄일 수 있습니다(형법 제53조). 다만 합의가 있으면 어떤 결과가 나온다고 미리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고 경위와 피해의 정도, 다른 사정이 함께 저울에 오르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사과의 뜻을 전하려 한 노력, 치료비 부담처럼 실제로 할 수 있었던 피해 회복은 기록으로 남겨 둘 만한 의미가 있습니다. 상대의 거절을 존중하고 재촉하지 않는 것 역시 회복 노력의 일부라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운전 중 사고라면 피해자의 뜻이 공소를 막을 수 있습니다
차의 교통으로 생긴 사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이 적용됩니다. 운전자의 업무상 과실이나 중과실로 사람이 다친 사고라면, 다친 사람이 처벌 불원의 뜻을 명확히 밝힌 경우 공소 제기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신호 위반이나 중앙선 침범처럼 같은 항 단서에 적힌 예외에 해당하면 이 효과가 생기지 않습니다. 단서의 내용은 교통사고 특례를 다룬 문서에 표로 정리했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은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밝힐 수 있고, 그 뒤 다시 처벌을 원한다고 바꿀 수는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제3항). 피해자에게도 무게가 큰 결정이므로, 시간을 두고 판단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합의서를 만들 때 확인할 것
업무상과실치상 사건의 합의서는 짧더라도 다음 내용이 빠지지 않아야 나중에 해석을 두고 다투지 않습니다.
- 당사자 — 피해자 본인인지, 대리인이라면 어떤 권한인지
- 사고의 특정 — 일시, 장소, 어떤 사고에 관한 합의인지
- 피해 회복의 내용 — 무엇을 언제 어떻게 지급했는지
- 처벌에 관한 피해자의 뜻 —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가는지
- 민사상 청구의 정리 범위 — 이후 청구를 어디까지 마무리하는지
회사나 보험이 치료비를 부담했더라도, 그것은 손해 배상에 관한 정리이고 처벌에 관한 피해자의 뜻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연락처를 모르는 피해자에게 무리하게 접촉하거나 합의를 재촉하면 오히려 피해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연락 방법부터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금액은 사건마다 다르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합의서와 함께 지급 기록도 챙겨야 합니다. 계좌 이체 내역처럼 언제 얼마가 누구에게 건네졌는지 보여 주는 자료가 있어야 피해 회복의 내용이 서면과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여러 번에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면 일정과 실제 지급일을 표로 정리해 두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합의 후 마음을 바꾸면 어떻게 되나요?
A. 교통사고가 아닌 사고라면 합의는 형을 정할 때 살피는 사정이므로, 그 사정이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운전 중 사고라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이미 밝힌 뒤에는 다시 처벌을 원한다고 바꿀 수 없습니다.
Q. 합의서 없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만 받아도 되나요?
A. 합의서와 따로 그런 서면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형식이든 누가, 언제, 어떤 사고에 관해 그 뜻을 밝혔는지가 분명해야 하고, 피해자가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스스로 작성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Q. 합의는 수사 단계에서만 의미가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송치 뒤 공소청 검사의 판단 단계에서도, 재판 중에도 피해 회복의 노력은 살펴집니다. 다만 시기가 늦어질수록 피해자의 부담도 길어지므로 진지한 사과와 회복 노력은 일찍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정리
업무상과실치상에서 합의는 사고의 종류에 따라 공소를 막기도 하고, 형을 정하는 사정으로 남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피해 회복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니, 내용을 분명히 적은 합의서와 지급 기록을 함께 보관하세요. 다른 질문은 질문 모음이 있는 첫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형법 제51조·제53조·제266조·제268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3항, 공소청법(2026-10-02 시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